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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4 오전 10:22:55 입력 뉴스 > 관광여행

서울 촌놈 시인의 홍천 탐방기④



붕(鵬)과 곤(鯤) 사이, 공작과 산의 사이에서

이 하 시인

 

가리산을 돌아 나와 공작산 가는 길, 긴 산줄기가 얼핏 커다란 새의 날개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홍천 땅을 품은 커다란 새, 문득 장자의 ‘붕(鵬)’이 떠올랐다.

 

 

장자는「소요유(逍遙遊)」편에서 ‘붕(鵬)’을 이렇게 표현했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인지 알 수가 없다. 이 물고기는 화(化)하여 새가 되니, 그 이름을 붕(鵬)이라고 한다. 붕의 등 넓이도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힘껏 날아오르면 그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남쪽 바다를 향해 옮겨간다. 남쪽 바다는 하늘의 연못(天池)이다.”

 

그렇게 치면 공작산은 오히려 작은 새일까? 산세가 공작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지만, 외려 이름이 산의 수려함을 제한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산 앞에 커피숍이 있다니! 서울 촌놈한테는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겠지만, 역시 산은 산, 아무 것도 없어도 좋으리라. 투박하면 투박한 대로 조금 음침하고 한적하면 또 어떠랴? 가까운 곳에 유명한 절이라도 있나?

 

 

수타사라고 했다. 문득 수타면이 떠올랐다. 자장면처럼 누군가 손으로 빚어 만들었을까? 그렇다면 문 앞에 둘씩 짝지어 선 사천왕이 빚었을까? 생각은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마도 배가 고파서였을 것이다.

 

수타사 앞으로 흐르는 약수를 떠마셨다. 부처가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본다. ‘뭐 이렇게 까칠한 녀석이 찾아왔어?’ 하고 물끄러미 보는 부처, 같이 놀자고 환히 웃는 부처, 아예 상대도 않겠다는 듯 옆으로 돌아선 부처 등등. 그리고 나는 물을 퍼 마셨다.

 

 

배가 고파서였을까? 이보다 달고 시원할 수 없었다. 한여름이라 날은 더웠고, 마음은 복잡했다. 하지만 수타사의 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좀 편안해졌다. 한 바가지 물로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투명한 물 위로 까맣게 탄 고수머리 해골 하나가 보였다.

 

왜 나는 부처를 보지 못하고, 해골만 보일까? 또 기분이 나빠졌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돌을 내 안에 쌓고 또 허물어야 부처가 보일까? 아니, 그냥 그런 생각들도 비워낼 수 있을까?

 

 

바람은 보이지 않고, 소리가 보였다. 공작산 풍경 너머로, 풍경이 보이고, 풍경소리가 들렸다. 산이 물었다. “이래도 내가 공작새로 보이니?” ‘공작’이라는 관념에 갇힌 자, 영영 공작산을 만날 수 없으리라. 풍경은 수없이 나를 두드리며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풍경 아래 풍뎅이는, 먼저 소신공양을 드린 풍뎅이 부처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탄자리가 풍뎅이인지, 아직 타지 않은 풍뎅이가 풍뎅이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장자가 자신을 나비와 혼동했듯이. 이쯤 되니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니, 장자는, 아니, 풍뎅이는, 아니 다람쥐는 돌부처와 돌무덤 새로 삐져나와 다음 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전생을 돌아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수타산 박물관 안에서 만난 『월인석보』는 세종과 세조의 목소리를 더불어 들려주었다. 신발을 벗고 두 사람을 만나러 들어섰다. 『월인석보』는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과 세조가 지은 「석보상절」의 일종의 합본이다.

 

세조 5년인 1459년에 석가의 일대기와 공덕을 칭송하는 글을 훈민정음으로 간행한 최초의 불경언해서이다. 덕분에 일반 백성들도 불교의 가르침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세종과 세조의 간극은 너무도 컸다. 어진 임금이었던 세종과, 잔인한 임금이었던 세조의 만남이라니! 수백 년 동안이나 이것을 뱃속에 품었던 사천왕상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천왕에게 물어보니, 네 분께서는 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해주셨다.

 

“눈 깔아.”

 

이렇게 귀한 보물이 도난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순전히 저 사천왕들 덕분인 듯 하다. 비록 중국 항저우의 ‘영은사’라는 절에서 본 어마어마한 사천왕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지만,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붕(鵬)은, 그러므로 구만리 장천이 아닌, 내 안에서 날 수도 있으리라.

 

 

다시 배가 고파졌다. 공양미 앞에서 조금 더 세상이 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언제쯤 나는, 좀 더 선명하게 세상을 볼 수 있을까? 그래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풍경소리가 죽비처럼 내 정수리로 날아들었다.

 

이 하 : 2005년 「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내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으로부터 2015 예술인파견지원사업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홍천인터넷신문은 파견예술인 4명이 홍천지역을 탐방한 기사를 매회 게재하고 있습니다.

홍천인터넷신문(hci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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